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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집으로 가는 길

 


걷다가 멈춰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졌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나태주, '풀꽃'中)'더니 천천히, 오래, 자세히 보면 뭔가 다르다. 매일 보는 풍경도 새삼스럽다. 그냥 지나치지 않고 멈춰서 가방 속 노트를 꺼내 그림을 그리다 보면 더하다. 대충 옮겨 그리는대도 보고 또 보아야 한다. 자세히, 오래 보지 않을 수 없다. 가물가물한 눈을 비벼 뜨고 굳은 손을 쥐락펴락해야 한다. 그렇다고 늘 제대로 그려지진 않지만, 사진과는 확실히 다른 맛이 있다. 발길이 어디에서 멈췄는지, 눈길이 어느 곳에 닿았는지, 손길이 어떻게 스쳤는지 말해준다. 보고 그리던 마음과 머물렀던 시간까지 보여준다. 그림은 그렇다. 그렇게 시간과 공간에 머물게 한다. 그 안에 비친 나를 들여다보게 한다. 역시 그랬다. 너무 빠르게 지나쳐서 놓치고 흘린 것들이 많았다. 그렇게 사라지고 잊힌 것들도. 아깝고 아쉽지만 어쩌랴. 이제부터라도 내 걸음 내 속도로 다시 걸으며 자세히 보며 사랑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