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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마리우스



덴마크 코펜하겐의 한 동물원 이야기가 연일 신문에 오르내린다. 18개월 된 수컷 기린 '마리우스'를 총살하고 해체해서 사자 먹이로 던져준 사건 때문이다. 마리우스를 살려 달라는 시민들의 청원이 빗발치고, 한 부호는 그를 사서 자신의 정원에서 키우겠다고도 한다. 체첸 대통령이나 영국의 요크셔 동물원에서도 총살 위기에 처한 마리우스를 받아주겠다고 했지만 동물원측은 결정을 바꾸지 않았다. 아무리 국제적으로 엄격히 개체수를 유지해야 하는 품종이라지만, 인간 복지뿐 아니라 동물 복지에서도 앞서간다고 알려진 덴마크에서 기린 마리우스의 임종은 죽음의 쇼가 되었다. 게다가 어린이를 포함한 관람객 앞에서라니, 의무교육이 가장 먼저 제도화되고 대안 교육 또한 활발한 나라에서 교육적 의미를 부여했다는 것도 의아하다. 무엇보다, 과연 인간이 종 보존을 명분으로 다른 생명의 죽음을 빼앗을 권리가 있을까? 동물원의 현실로 '불가피한 조처'였다고 하지만 그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언제고 사살되고 개체수를 조정당할 수밖에 없는 동물원 자체가 동물에게는 이미 지옥이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동물원은 철저히 사람을 위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