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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달이 해를 삼키다



뚫어져라 바라 본 하늘.
흰 구름, 먹구름이 뒤엉킨 사이 위로 태양의 빛줄기가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주었지만,
처음엔 해도 달도 정면으로 볼 수 없었다.
고개를 한껏 젖히고 올려다보며 자세를 고정하다가
이런걸 두고 '막연'이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거기 어딘가에 해와 달이 엉겨 있을 거라는 짐작만으로 그 쪽을 향해 눈을 부릅뜨는 행위와
내 허접한 카메라와 엉성한 사진 기술에라도 뭔가 잡혀지지나 않을까 하는 맘.
'막연'이었다.

 

 

구름 사이로 뭔가 보이기 시작했다.
눈으로 보는데 숨까지 멈춰진다.

 

 

맞다.
21세기 최대의 우주쇼를 보이려 오늘 낮에 잠깐 나란히 서는 해와 달이었다.

 

 

연기같이 뿌옇게 꿈틀대는 구름 사이로 보이는 조그맣지만 선명한 원의 형태,
그것은 해를 삼키는 달과 서서히 먹혀주던 해였다.

 

 

나중에 알았다.
흰구름 아래 먹구름인줄 알았던 것이 사실은 빛이 통과하지 못한 구름의 그림자 였다는 것을.
일식이 일어날 때에는 환경에도 영향을 미쳐 기온도 급 변한다는데
우리 기상청에 의하면 일식이 진행되는 동안 실제로 2~4도 가량 기온이 내려갔다고 한다.

 

 

태양의 지름이 달의 지름보다 400배나 크지만 달보다 400배나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기에
지구에서 보이는 태양과 달의 겉보기 크기가 비슷해서 이같은 일식 현상이 나타나는 거란다.
그런 과학 상식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어두워지는 대 낮, 뭔가 심상치 않은 기류의 흐름같은 구름,
해를 가리는 달 그림자는 신비했다.


 

특수필터도 없이 한껏 땡겨서 목격한 장면.
2007년 7월 22일 오전 11시경 우리집 베란다에서 이렇게 보게될 줄이야...
이렇게 점점 진행되어서 완전한 개기일식이 되나보다 했는데
 일식이 시작된지 이미 한 시간 가량 지난 상태였다.
우리 나라에선 부분일식만 관측할 수 있었다하니
맨 눈으로 볼 거 다 본 셈이다.



그리고는 흔적만 남은 하늘.
잠시 이상한 나라에 빨려들었던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