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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寒 波


TITLE :  寒 波
MEDIUM : Oil on Canvas
SIZE: 64.5 X 50.0 cm
DATE : 2004
NOTE : "무섭도록 차가운 기운과 더불어 소용돌이 치는 격정도 느껴진다.
            이미 얼어버린 배에 부딧히는 햇살은겨울이지만 짧고도 강렬해서 더욱 빛난다."



그 무렵에는 유난히 배를 많이 그렸었다. 예쁘고 따뜻한 소재를 주로 그리던 작업실 동료들과는 달리, 나는 이유없이 배가 좋았다. 다양한 소재를 그려보려고 필요 이상으로 고민하다가도 결국 배를 선택하는 나를 보고 빌려쓰던 작업실의 주인이자 선생이던 그가 말했다.  
한국적인 정서로 배는 떠나고 기다리는 외로움과 슬픔의 의미가 크다로. 배를 많이 그리면 사람은 외롭다고. 왜 유난히 배를 많이 그리냐고. 그만 그리라고. 나보다 서너살 많은 정도이니 그다지 늙지도 않은 그가 노인네 같은 시선으로 내 그림을 보며 우려 아닌 우려의 말을 하던 것이 기억난다. 그는 내 그림 속에서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가난했지만 예술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도 부럽지 않았던 미대생 시절에 수없이 배를 그리며 외로움 속에서 허우적 거렸었다던 자신의 지난날이 보인 건 아니었을까?



이번 겨울은 너무너무너무 춥다. 겨울 바닷가에 버려진 배 한 척이 외로움을 얼어버린 듯하다.
그림도 날씨도 마음도 하나 같이 매섭기 짝이 없는 寒波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