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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바다와 하늘


바다보다 산을 더 좋아해서 여름에도 바닷가보다는 산에서 땀을 식히는 게 더 좋았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올여름에는 바다 풍경이 자주 어른거린다. 파랗게 넘실대는 바다가 그립다. 
남태평양의 섬인지 대륙인지에서 일 년의 반 이상이 되는 여름의 계절을 보내며 잠시 살았던 것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계절과 바다에 친숙하게 했던 걸까?  뙤약볕 아래 몸을 내놓기조차 아찔했던 남반구에서의 여름이 떠오른다. 그립기까지 하다.
태평양의 한 귀퉁이였을 그 바다는 정말 끝이 어디지 모르게 넓었다. 구름이 아니었더라면 하늘도 바다 같고 바다도 바다 같아 최대한의 시야가 온통 바다로 채워져 마치 바다 안에 있는 착각을 했던 것도 같다. 그 바다와 마주 서서 크게 넘실거리는 모양을 보고 있으면 새가슴처럼 작은 소갈머리 안에 크고 작은 걱정거리를 쑤셔 넣는 자신이 우스워지곤 했다. 이건 옳은 건지, 이렇게 버텨도 되는 건지, 삶은 왜 이렇게도 쉽지 않은 선택의 연속인지, 고분고분하지 못한 기질은 나이 들어도 그런 건지... 그 외 소소한 일상의 것들로 시끄러운 속을 단번에 삼킬듯 하던 출렁거림, 그 바다가 그립다.

Title : 바 다
Size : 76.0 x 51.0 cm
Medium : Oil on Canvas


 

그 바다에 해가 지는 모습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굳이 바다에서가 아니더라도 일몰은 가장 좋아하는 풍경이긴 하다. 기도하기엔 새벽이 좋고 작업하기엔 밤이 좋은데 지는 해로 하늘이 붉게 물드는 무렵에는 산책하며 사색하기 좋다. 감성이 가장 풍부해져 영감이 차오를뿐 아니라 엉킨 생각의 실타래가 걸으며 풀리기도 한다. 온종일 붙잡고 씨름을 하던 캔버스를 잠시 밀쳐놓고 쉬거나 저녁 식사를 준비하거나 마른 빨래감을 걷거나 운전을 하거나 누군가를 만나거나 하는 그저그런 일상 가운데에서도 해가 지는 저녁무렵에는 마치 알람을 맞춰놓은 시계처럼 가슴 속 울림이 커진다. 하늘 끝자락에 걸려서 하늘을 붉은 바다로 만들어버리는 해의 자취를 오래도록 바라보는 그 순간은 이루지 못한 꿈도 아름답다.

Title : SUNSET
Size : 76.0 cm X 51.0 cm
Medium : Oil on Canv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