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

돌아온 들국화, 떠난 '하늘 북잡이'

 


12월 되니 공연장 쫓아다니기 바쁘다. 이번 주말과 휴일엔 음악회만 세 번 갔다. 클래식, 재즈, 뉴에이지로 전부 다른 장르다.  리뷰 원고 압박만 아니라면 귀 호강하는 나날이다. 그런데 그 생생한 공연을 다녀오고도 정작 주말 내내 나를 사로잡은 음악 소식은 내 어린 시절의 노스텔지어 들국화였다. 어머! 새 앨범이 나왔단다. 정말 걷고 다시 걷고, 피고 다시 피는 그들. 신문의 전면광고가 반가운 나머지 지난 신문들과 뭉쳐 재활용 수거함에 버리기 아까워서 방에 붙여놨다. 그들을 처음 만났던 고등학생 시절 그때처럼. 

가요보다는 팝을 좋아했고 한술 더 떠 메탈과 록을 찾아 듣던 시절, 외국 밴드와 그룹만 좋아하다가 한국 그룹으로는 처음이자 유일하게 좋아했던 그들이다. 그래 봐야 콘서트 2번 갔고 LP 산 게 다였지만, 나로서는 최대의 빠순이다운 행동이었다. 직접 공연을 본 가수는 그들이 유일했다. 수첩에 색깔 예쁜 펜으로 시를 베끼듯 노래 가사를 적고 방에 사진도 몇 장 붙이긴 했다. 아빠가 거실에 있던 오디오를 내 방으로 옮겨주신 덕분에 LP는 닳도록 들었다.

그러고나서 27년만의 새 앨범. 들꽃의 새명력처럼 다시 핀 들국화가 뭉클하다. 그들이 지나온 27년이라는 세월은 내게도 똑같이 흘렀다. 그런데 그들이 다시 오니 딥 퍼플, 아이런 매디언, 레드 제플린, 레인보우, 퀸과 함께 들국화를 손꼽던 그 시절이 다시 온 듯하다. 용돈을 아껴 LP를 샀던 27년 전처럼 원고료 받아 CD라도 사러 가야 할 판이다.

 

새 앨범 발매를 앞두고 이생을 떠난 드러머 '하늘 북잡이' 故 주찬권 씨의 모습도 볼 수 있는 라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