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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지는 꽃, 두보

 

曲江二首 곡강이수

杜甫 두보

 

一片花飛   減却春   일편화비 감각춘
風飄萬點   正愁人   풍표만점 정수인
且看欲盡   花經眼   차간욕진 화경안
莫厭傷多   酒入脣   막염상다 주입순

江上小堂   巢翡翠   강상소당 소비취
苑邊高塚   臥麒麟   원변고총 와기린
細推物理   須行樂   세추물리 수행락
何用浮榮   絆此身   하용부영 반차신

한 조각 떨어지는 꽃잎에도 봄빛이 줄어드는데 
만점 꽃잎이 바람에 날리니 참으로 시름에 잠기네 
봄을 마음껏 보려고 하나 꽃잎은 눈을 스치고 지나가니 
어찌 몸이 상할까 두렵다고  술을 마시지 않으리

강가 작은 정자에는 비취새가 둥지를 틀었고
부용원 뜰가 높은 이들 무덤에  기린 석상도 뒹구는구나 
세상이치를 따져 보건대 마땅히 즐거움을 따를지니 
어찌 헛된 영화에 이 한몸 얽맬 필요가 있으랴

 

 

 

 

 

가지에 풍성하던 벚꽃잎이 떨어져 바닥에 붙었다. 두보는 한 조각 떨어지는 꽃잎에도 봄빛이 줄어든다고 했는데 땅에, 길에, 공원의 빈 의자에 봄빛이 내려앉았다. 고개를 들고 두런두런 풍경을 바라보던 시선이 발길 닿는 바닥에도 머문다. 이즈음이면 역시 두보의 시다. 두보 얘기를 언젠가도 한 거 같아 찾아보니 거의 비슷한 때다. 봄꽃들이 단조로운 겨울빛을 봄빛으로 바꾸기 시작하고 얼마 후면 봄비가 내리고 그 비에 꽃잎들이 후두두 떨어지며 너무 짧게 머문 봄을 아쉬워하는 때에 두보의 시를 찾게 된다. 한 계절을 보내고 사라졌던 꽃잎이 또다시 때가 되어 피어나듯 아쉬운 봄을 보내며 두보의 시를 그리워하는 마음도 다시 핀다.

곡강(曲江)은 꽃으로 유명해서 봄이면 장안 시민들로 붐비는 곳이었다고 한다. 난세를 만나 현실개탄의 시를 쓰던 두보. 이 시를 쓴 건 그가 늦은 나이에 작은 벼슬자리를 얻어 안정적인 생활을 했을 때라는데 그의 마음엔 허무와 서글픔이 있었나 보다. 바람에 만점 꽃잎 지는 풍경이 두보에겐 어떤 시름이었을까? 인생에 대한 슬픈 관조가 느껴진다. 늘 그렇듯 두보의 시를 읽다보면 술 생각이 난다.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이 당긴다. 봄날에 두보의 시가 있어 술 한 잔이라... 거기에 비라도 오면 완벽한데. 그러면 또 두보의 춘야희우(春夜喜雨)가 좋아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