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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일요일

 

 

일요일 아침 햇살은

막 헹군 국수가락

한 그릇 멸치장국에

고단한 몸 풀고는

춘삼월 계란 고명을

살며시 와

얹었네

- 김영란, <장다리꽃>

 

 

비록 몹쓸 '조중동'의 하나인 중앙일보의 시조백일장에서 장원을 한 작품이라지만 느낌이 좋았던 시다.
햇살 좋은 봄날 일요일 어느 날의 장면이 마치 한 편의 그림처럼 그려진다.

둘둘 감았던 스카프가 살짝 덮게 느껴지도록 햇살이 밝고 따스했던 일요일. 나름 뜻과 이유를 가지고 참여하던 작은 교회의 예배와 모임이 끝난 후 국수 한 그릇씩 나눠 먹고 돌아오던 길에 문득 떠올랐다.  

소박하지만 정성으로 우려낸 멸치국물에 말아낸 잔치국수를 나눠먹던 밥상. 말간 국물처럼 말간 마음들. 허기진 영혼은 이야기로 채우고 찬도 없이 소담했던 밥상을 둘러 앉아 나눔이 아깝지 않던 즐거움. 그것은 단지 밥상이 아닌 지친 영혼을 돌보고 기운을 북돋우는 응원이었다. 용기있는 고백과 회복을 위한 노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