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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남사당놀이

 

 

 

국립국악원 예악당

 

남사당놀이와 줄타기.
뻥 뚫린 하늘 아래 먼지 폴폴 날리는 흙바닥에서 펼쳐지는 놀이 한 판이어야 할 거 같은데, 국립극장 예악당의 단정한 공연장에서 '놀이'라기보다 '공연'을 보았다. 그렇긴 하지만 볼만 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기념으로 문화재청에서 개최한 것이었다. '세계유산...' 등과 마찬가지로 무형문화도 국가간 협약으로 국가적, 국제적으로 협력과 지원을 도모하며 보호하고 있는줄 처음 알았다. 우리나라 무형문화 14건이 그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어있고 남사당놀이와 줄타기도 그 중 하나다. 국립국악원에서 하는 공연에 가끔 갔던 적이 있어 초대권을 받았다.

문화라는 게 그렇듯이 무형유산 역시 한 가지 모습으로 고착된 것이 아니라 시대와 역사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하며 계속 변화, 발전한다는 명제를 두고 보면, 전통을 지키면서 현재적 이해와 공감을 어떻게 이루어 내느냐 또한 끊임없는 문제가 아닐까 싶다. 지나칠 수도 있는 공연에 별 기대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갔는데 특정 계층 없이 가족단위, 모임단위로 연령층도 다양한듯이 보이는 관람객이 가득 찬 홀을 보니 전통예술에 대한 대중적 접근성이 느껴졌다.

'바우덕이 풍물패'가 매스컴을 타기도 해서인지 남사당놀이패에 대한 인식이 사실보다 미화된 거 아니냐는 견해도 있으나 남사당놀이가 그야말로 민초의 애환과 흥이 뿌리깊이 내려있는 전통놀이임에는 틀림없다. 천형(天刑)이라 여길 정도로 고된 유랑생활을 하며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고 사람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아 어우러지게 하던 매개체이며 '천한것'이라는 조롱 속에서도 피땀이 서려있는 예인(藝人)으로 살던 남사당패. 공연 내용도 참 다채롭다. 풍물(농악), 버나(사발 돌리기), 잘하면 살판이요 못하면 죽을판이라는 살판(덤블링 같은 땅재주), 어름(줄타기), 덧뵈기(탈놀이), 덜미(인형극) 등으로 종합예능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덧뵈기와 덜미를 제외하고 공연했는데 줄타기는 특별 순서로 진행되었다. 언젠가 '세계의 줄타기'라는 기획공연을 본 적 있다. 줄타기의 세계버전이라고나 할까. 우리나라뿐 아니라 참으로 많은 세계 여러나라에도 줄타기가 있었다. 근데 역시 팔이 안으로 굽어서가 아니라 삼현육각의 음악을 배경으로 걸쭉하게 풀어놓는 줄광대의 재담이 어우러진 우리나라 줄타기가 단연 최고였다. 과연 사람이 하는 것인가 싶게 신기한 기예가 전부가 아닌 외줄을 오락가락 타는 데에도 우여곡절 인생같은 스토리가 있고 주거니 받거니 하는 관객과의 소통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러니 우리의 전통예술은, 특히나 사람의 원초적 살내음같은 민중예술은 민초의 삶의 투영이자 너나 할거 없이 어우러지는 소통 그 자체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