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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변방, 찾아서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 놓은 책의 반납일이 다가오는데 아직 다 못 읽었다. 규정상 날짜 연장은 안 되고 기껏 골랐는데 다음에 또다시 빌리기는 민망해서 어떻게든 다 읽어보려 들고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어찌 된 게 책 읽는 것조차 반납일이 다 돼서야 몰아쳐서 폭풍 독서를 하나...


그 와중에 불쑥 끼어든 새 책. 신영복 선생님의 <변방을 찾아서>를 밀쳐둘 수가 없게 됐다. 진작에 예스24에 신청해놓고서 잊고 있었던 출판기념 북 콘서트. 출판사의 초대 문자가 온 거다. '흐미... 이게 웬 운빨이랴...' 누구처럼 고가의 카메라, 여행권 당첨은 아니더라도 추첨을 통한 초대권 발부에 선정되었다는 사실이 기분 좋아서 룰루랄라 했는데, 알고 보니 콘서트장이 500석 이상의 넓은 장소여서 원래 방침을 바꿔 거의 초대했단다. ;;
어쨌거나 다른 것도 아니고 선생님의 반가운 새 책 북 콘서트에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마음이 살랑살랑 거렸다. 게다가 자주 보지 못했던 내 오랜 친구, 소울메이트라 할 수 있는 그녀를 약속도 없이 우연히 만났다. 그녀가 <더불어숲>의 창립멤버이고 신영복 선생님과의 개인적인 친분을 아는지라 혹시 왔을까 싶어 두리번 거리기는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빽빽히 들어앉아 있던 공연장에서 딱 마주친 그 반가움이란...

생각해보면, 대략 아웃사이더적인 성향으로 비주류의 삶을 살았다. 특출한 구석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생겨먹은 품성과 성향이 평범한 전체 속에 무난히 스며들거나 묻혀지지는 않았던 거 같다. 흔하지도 않지만 잘나지도 않은, 어찌 보면 그게 바로 평범인지 모르나 살아오는 내내 가는 곳마다 중심이 아닌 주변에서 조용히 튀었던 거 같다. 그러니 변방이 낯설지 않다. 아니, 익숙하다.


발 딛고 서 있는 내 위치가 주목받는 중심부가 아니라서 비참한 적은 없었다. 견고한 중심의 성에서 옴짝달싹 못 하느니보다 좌충우돌이 부끄럽지 않은 어딘가가 내 자리였던가 보다. 하지만 조용하고 무난한 좌충우돌은 없었다. 마냥 순응하지만은 않기에 부딧혀 상처 날 수 밖에 없었고 삐그덕거리기도 하고. 그런데도 끊임없이 나를 흔들어 깨우고 주변을 환기시키던, 그런 변방의 삶이었던 거 같다.
그런데 선생님의 강연을 듣던 중 덜커덕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갇힌 틀을 깨고 새 영토를 찾는 창조적인 변방의식을 갖기에 잊어서는 안 될 가장 결정적인 전제는 콤플렉스가 없어야 한다는 것. 중심부에 대한 허망한 환상과 열등의식이 없어야 한다는 것. 그것을 청산하지 못하는 한 변방은 중심부보다 완고하고 교조적인 틀에 갇히게 된다는 것.
내 안에 내가 모르던, 혹은 내가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았던 변방 콤플렉스가 있었던 것인지 그 말에 무언가 딸각 걸렸다. 혼란을 빙자한 콤플렉스? 뜨끔했다. 선생님의 말씀과 글을 보니 그토록 매력적인, 당당한 '변방'이었는데 말이다.

변방이 그저 밀려난 곳이 아닐 수 있는 건 '찾아서' 때문이 아닐까 싶다. 처함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역동적으로 '찾아' 감으로 인해 그것은 이미 변방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며 중심이 되는 것. 어쩌면 내겐 그 '찾아서'가 부족했는지 모른다. 그런저런 생각의 길을 정리해주던 책의 마지막 대목. 조용히 음미해본다.


'변방을 찾아가는 길'이란 결코
멀고 궁벽한 곳을 찾아가는 것이 아님을, 각성과 결별 그리고 새로운 시작이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바로 변방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것이 봉하에서 우리가 받는 위로이며 세상의 모든 변방이 우리에게 약속하는 희망이기도 하다.

 


언제나처럼 신영복선생님과 동행했던 <더숲 트리오>교수님들
레파토리를 다양화시키기보단 관객을 바꿔가며 무대를 즐기시는 멋진 트리오 ^^

인상적이던 노래 <비둘기야 높이 날아라>는
최초로 북한에 초청된 Casting Crowns라는 미국 가스펠 그룹이 노래하는 걸 보시고 
알게 된 노래라는데, 따지고 보면 북한 노래이다.
요즘같은 때에 이 노래를 부르거나 블로그에 올리면 여지없이 종북으로 몰릴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방인의 곤조(?)로 굳이 올려본다. 너무나 아름답고 감동적이라...
현장에서 녹화를 하지 못했으니 유투브 영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