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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첫번째 난관

 

안성하
Oil on canvas


 

사탕과 담배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작가 안성하의 그림이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을 받은 케이스인데 최근 한국 미술시장의 주목받는 젊은 작가 중의 한 사람으로 작품이 없어서 못 살 정도라나... 그림에 관련된 작가노트에 의하면 '사람들은 담배와 사탕으로 정신의 허전함을 채우고 위안도 받지 않느냐'며, 미미한 존재들이 일상 너머에서 또다른 의미를 가지길 바라는 의도로 유리병이나 투명한 잔에 담긴 담배와 사탕을 극사실적으로 그린다.


 

새 일을 시작한 곳에 첫걸음을 하고 첫 만남 후, 내내 담배 연기 속에서 살고 있다. 요즘같이 흡연인의 당당한 공간이 줄어든 시대에 그 동네 사람들은 어쩌면 그렇게 하나같이 줄담배들이신지... ㅠ.ㅠ 
대학 시절 이후 이런 담배 소굴(?)은 처음이다. 그땐 정말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는 공간에서 하루 몇 시간씩 세미나며 회의를 했고, 만나는 사람들 거의 모든 사람이 내뿜던 자욱한 담배 연기 속에서 살았었다. 안 그래도 변변치 않은 체력에다 그 일대에선 몇 안 되는 비흡연자였던 난 질식할 것만 같았었다. 더 나쁘다는 간접흡연으로 억울하게 고생하지 말고 그냥 같이 담배를 피우라는, 자기들보다 훨씬 더 많이 피워대서 복수(?)하라는 선후배, 동료들의 역발상 대안에 어느 땐 함께 깔깔 웃었고 어느 땐 발끈했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비흡연자가 소수였고 다수를 위하는 민주적 폭력에 적응해야만 했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혹은 못 피우는 '여성'은 기존의 사고와 가부장제에 도전하지 못하는, 여성으로서 쟁취해야 할 동등한 권리와 사회적 저항을 포기하는 양 나약하게 보는 비틀린 시각이 있었다. 어설픈 그 시절 그 세계엔. 그러니 담배 피우지 않는 내가 오히려 이상한 사람이었다. 비흡연자로서 간접흡연에 대한 부당함을 문젯거리로 삼기는커녕 조용히 감내해야 했던 건 아무리 생각해도 좀 억울하다. 담배를 피울 자유와 권리가 있다면 피우지 않는 이들의 피해 여부도 당연히 고려하고 보호되어야 할 문제이거늘.
그때도 그랬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간접흡연에 대해 지나치게 유연하고 반발하지 않는다. 미국 얘기까지 할 필요 없는 거 같지만 나온 김에 하자면, 미국에서 마지막까지 흡연을 허락했던 곳이 대중을 상대로 하는 술집이었는데 끝내 거기까지 흡연을 금지시킨 이유와 관련 법안이 공중보건법이 아닌 '노동법'이란다. 술집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무슨 죄가 있어서 남들이 피우는 담배의 악영향에 노출되어야 하느냐란 거다. 금연 지역 확대와 관련된 법이 노동법이라는 사실이 매우 신선하다. 비록 미국의 경우이지만, 진보적 새 일터라면 노동법 얘기부터 해야 하나 싶다.  
정말 오랜만에 지적 호기심이 자극되는 만남, 새로운 활동영역이 될 책과 토론, 담배가 어우러진 공간에 들어가니 새삼 옛날 학창 시절이 떠오르는데,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 책과 토론이야 마다할 이유가 없지만, 성질 부리지 않고 담배를 얼마나 견딜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