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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달력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달력, <빛에 빚지다> 다섯 번째 이야기가 도착했다.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져서 이러다 가을이 후딱 가버리면 어쩌나 싶었는데 2014년의 달력을 받고 나니 이 가을이 지난 내년을 기다리는 셈이 됐다. 올해는 선 구매가 좀 빠르다 시었는데 일부러 그랬던가 보다. 2013년 10월부터 12월까지 석 장이 더 있어 지금부터 걸어도 된다. 
이름하여 '노동의 자리'. 이번 달력은 10년째 현대자동차의 자본과 싸우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프로젝트다. 용산 참사의 희생자 유족을 위한 '최소한'의 작업을 시작으로 기륭, 쌍용, 콜트콜텍 노동자들과 함께 해왔고 올해로 다섯 번 째다. 이 프로젝트는 '사진을 통해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없겠지만, 세상의 작은 사실 하나는 증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 사진가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빛없이 사진이 있을 수 없기에 빛에 빚을 지고 사는 사진가들. 그들이 빛을 통해 보여주는 아프지만 아름다운 이야기에 마음 한 자락 얹기 위해 달력 선 구매에 동참하곤 한다. 기간을 깜박 놓쳐 사지 못한 해도 있지만,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달력이 우리 집 벽에 걸린 해는 확실히 일상을 그들과 함께하는 듯하다. 그저 마음으로 응원할 뿐이지만 '최소한' 잊지 않도록 도와주는 달력. 어디에 걸까?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혹은 무엇인가에 빚지고 살아간다. 굳이 더불어 삶을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사실은 모두 존재 자체로 기대어 선 자들이다. "빛"에 빚진 자들, 사진가들이 모여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역할이라도 해야겠다고 모인 것이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모임이고 이들이 사회적 연대를 위해 매해 제작하는 달력이 "빛에 빚지다"이다.'
달력 출시와 함께 전시도 하는데 그들의 작업 노트를 읽다가 문득 생각났다. 주소 하나만 들고 찾아갔는데 주변의 요란한 간판들에 가려 있어 간신히 찾아냈던 '빚진 자들의 집' 앞에도 그런 글이 있었다. 
'우리는 모두 사랑의 빚진 자입니다. 자연으로부터는 생명의 빚을, 사람으로부터는 사랑의 빚을 지고 살고 있습니다. 그 사랑의 빚을 가장 낮은 곳, 가장 절실한 곳에서부터 갚아가고자 합니다.' 

나는, 갚고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