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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매미

 

 

여름 한 철, 그렇게도 우렁차게 울어대던 녀석들. 그래, 짝은 찾았니?
몸길이 5cm가 채 안 되는 말매미 한 마리가 내는 소리가 지하철이 달려오는 소리, 자명종 시계 100개를 동시에 울리는 소리와 같다니 놀랍다. 날개 밑에 붙어있는 진동 막을 울려 그야말로 '갈빗대'가 휘도록(실제로 갈빗대 같은 막대가 휘다가 펴지기를 반복한단다.) 울어대는 소리가 참, 귀가 아프도록 시끄럽기도 하고 절절한 여름이었다.

산에 간 지는 오래돼서 모르겠는데, 제법 숲이 우거진 공원에도 매미의 빈 껍데기가 나뒹구는 것을 보았다. 벌레라면 질색하고 곤충도 징그러워서 행여 밟을까 피하고 자세히 본 적 없지만, 꽤 높은 층수인 우리 집 베란다 방충망에까지 잠시 앉아서 방충망이 찢어지도록 몇 차례 울어댄 녀석은 신기해서 오랫동안 숨죽여 보았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매미들은 6~7년 정도 땅속에서 살다가 여러 번 탈피를 거쳐 성충이 되어 땅 위 나무로 올라와서 한 10~20일간 목청껏 울다 간단다. 어떤 종은 17년간을 땅속에 살다가 밖으로 나와서 기껏 한 달을 울다 가는 것도 있단다. 여름이면 반드시 그어지는 장마전선처럼 매미 이야기도 심심찮게 하게 된다 했더니, 옛사람들도 매미를 두고 하는 말이 많았던 모양이다. 그중, 매미를 군자의 이미지로 형상화했다고 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생긴 모양이 관(冠)의 늘어진 끈을 닮아서 글을 읽을 것이고 이슬을 먹어서 청렴하고 거처를 마련하지 않아서 검소하고 때맞춰 죽으니 신의가 있다는 거다. 딱 선비, 자기들이라는 거지. 그래서 소나무나 버들가지, 꽃가지에 앉은 매미를 섬세하게 그리면서 '청렴하다', '검소하다', '신의 있다'며 자신들과 일치시키는 속내가 눈치 없는 내게도 뻔하다.

그런 매미가 사라졌다. 어느 시인은 '매미울음 소리가 왠지 녹슬었다고 생각될 때 가을은 온다.'고 했는데, 매미는 가고 가을이 오려나 보다. 8월의 끝이다.